3화에서 중요한 방법론을 하나 얻었습니다. 사건을 먼저 정하지 말고, "이번엔 형제의 어떤 면을 보여줄까"부터 묻는 것이었습니다.
4화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처음 떠올린 건 정전 소재였습니다. '현'도 사실 어둠을 무서워한다는 설정이었는데, 곧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이 감정은 그림만 보고는 전달되기 어려웠습니다. 대신 대사 없이도, 그림만 보고도 바로 이해되는 소재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호'가 '현'을 따라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 이번 실험 "설명 없이, 그림만으로 두 형제의 관계를 보여줄 수 있을까?"
🧪 실험 1 — 사건보다 태도가 먼저 보이는 이야기를 고를 수 있을까?
예상: 감동적인 소재일수록 캐릭터가 깊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결과: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정전 소재는 '현'의 내면(무서움)을 설명해야 전달되는 이야기였고, 따라하기 소재는 같은 자세를 반복해서 보여
주는 것만으로 이해되는 이야기였습니다. 웹툰은 그림이 먼저라는 걸 다시 확인했습니다.
콘티도 한 번 더 다듬었습니다. 처음엔 '호'가 '현'을 몰래 따라 하다 끝나는 이야기였는데, 마지막에 '호'의 시그니처 포즈를 앞에 하나 심어두고, 맨 마지막 컷에서 '현'이 그 포즈를 따라 하는 구조로 바꿨습니다. 이야기가 시작한 자리로 돌아오면서 닫히는 구조였습니다. "따라 한 건 '호'만이 아니었다"는 걸, 설명 없이 그림 두 장의 대응만으로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 실험 2 — 포즈만 가져오라고 했는데, 왜 옷까지 따라왔을까?
예상: 마지막 컷에서 "컷1과 같은 포즈로"라고 요청하면, 포즈만 그대로 가져올 거라 생각했습니다.
결과: 포즈뿐 아니라 옷차림과 얼굴까지 함께 따라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이 포즈를 따라 하는 장면인데, 결과물에는 마치 '호'가 두 명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인물을 충분히 구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포즈를 취하는 인물은 반드시 '현'"이라고 지정하고, '현'과 '호'의 옷차림까지 따로 적었습니다.
그래도 참조 이미지의 영향이 강하게 남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단순히 "이 이미지는 포즈 참고용"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어느 이미지에서는 무엇을 가져오고 무엇은 가져오지 말아야 하는지까지 분리해서 지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알게 된 건, 참조 이미지가 꼭 의도한 요소만 골라서 참고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 실험 3 — 컷과 컷 사이, 무엇이 빠졌을까?
예상: 콘티대로 컷을 순서대로 이어 붙이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읽힐 거라 생각했습니다.
결과: 아니었습니다. 신나게 노는 장면 바로 다음에 '현'이 조용히 포즈를 따라 하는 장면이 이어지자, 왜 갑자기 이 장면인지 맥락이 끊겼습니다. 콘티에서는 이어지는 두 장면이었지만, 그림으로 옮기니 그 사이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분위기가 어떻게 바뀌었는지가 빠져 있었습니다.
전환 컷을 하나 끼워 넣는 것으로 해결했습니다. 놀이가 끝나고 '현'은 소파에서 딴청을 부리고, '호'는 옆에서 여전히 눈치를 보는 장면이었습니다. 카메라도 그 전 컷들보다 뒤로 빼서, 공간 전체가 보이는 구도로 바꿨습니다. 컷 하나를 더한 것뿐인데, 이야기가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호'가 형을 따라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한 컷을 바꾸면서, '현'도 동생을 보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완성 ✨

📌 Lab Note
오늘 배운 것
✔ 감동보다 그림으로 바로 읽히는 소재가, 웹툰에는 더 잘 맞았습니다.
✔ 참조 이미지를 여러 장 줄 때는, 어떤 이미지에서 무엇만 가져올지 하나하나 짚어줘야 했습니다.
✔ 콘티에서는 이어지던 장면도, 그림으로 옮기면 그 사이를 채워줄 컷이 따로 필요할 때가 있었습니다.
👀 다음 편 예고
이번에는 서로를 따라 하는 모습으로 두 형제의 관계를 보여줬습니다.
다음에는 '현'과 '호'의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요?
아직 이야기는 정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사건보다 두 형제에게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부터 찾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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